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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공휴일 휴진
토요일은 점심시간 없이 진료
매월 1번째 토요일 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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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티에서의 첫 태양을 맞는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양에 비친 산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더니 다른 산 위에 긴 다리를 걸쳤다. 산을 휘돌아 내려온 바람이 부스스한 내 머리를 훓고 지나간다.
아.. 춥다..
물 한 대야 받아 놓고 양치질 하고 세수하고... 아껴쓰고 또 아껴쓴다.
이 정도의 물로 몽골 사람들은 목욕도 한다더라.. 던 그 말이 사실일까?
차가운 몽골의 물로 정신 번쩍 들게 세수를 하며 새삼스레 물의 소중함을 온 피부로 느낀다. 사랑도 가까이 있을 때는 모르다가 사라져 버린 후 그 소중함을 알게 되듯이...
아침식사는 육개장과 짜장..
부단장님과 정간사의 진두지휘 하에 아이들이 새벽잠을 잊어가며 야심차게(^^)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우리는 오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집에 있을 땐 새 모이 만큼 먹던 아침밥이었는데 여기선 어쩜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난 아무래도 오지 체질 인가 보다.. ^^
진료가 시작 되었다.
3년 전의 기억에 비추어 보아 거의 100명 가까운 환자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며 잔뜩 긴장해 앉아 있다.
매 진료 마다 나의 벗이 되어준 portable sono 가 여기서도 여지없이 그 진가를 발휘한다. 화면도 흐릿하고 중간 중간 화면에 비가 내릴 지라도 여기선 이것 없이는 절대 진료를 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초음파라는 것을 보기 위해 나를 찾기 때문이다.
산모도 있고, 일반 부인과 환자도 있고..
다른 증상과 질환으로 와도 꼭 초음파를 봐 달라고 하기 때문에 아예 모든 환자를 다 봐주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너무 밝으면 초음파 화면이 더욱 안보여서 창문과 커튼을 닫아 놓았기 때문에 땀이 삐질삐질 나지만.. 그게 뭐 대수랴..
몽골 여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온다.
그래도 100명까지는 안갈 것 같은 느낌...
여기까지 와서 환자를 많이 못보고 가면 그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기에..
환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과.. 그 반대의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산부인과라는, 어쩌면 좀 민망하고 생소할 수도 있는 진료과에 들어와 열심히 assist 해주는 아이들이 고마워서 초음파도 더 보여주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노력했다.
손발을 꼼지락 거리는 태아의 초음파를 보며 신기해 하는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다.
마지막으로 온 환자의 7년 넘게 가지고 있던 자궁내 장치(loop)를 제거하느라 끙끙거리는 동안 오늘의 진료는 여기서 마무리 되었다.
아팠을텐데... 연신 고맙다고 하며 가시는 환자분의 뒷모습이 뭉클하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