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폐경기가 되면 많은 증상을 겪는다. 안면 홍조를 비롯해서 발한, 두통, 심한 피로감 등이 대표적이다. 우울, 건망증, 요실금 등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국내·외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시기에는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국민건강심사평가원 자료를 살펴보면 심혈관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의 약 91%가 50세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심혈관질환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호발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심혈관계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서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경 전?후 혈중 지질농도의 변화 및 심방세동 위험 증가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위험요인 중 하나다. 그리고, 폐경 시기가 이를수록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폐경 3~5년 전부터 혈중 지질농도 변화 시작돼최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폐경 3~5년 전부터 폐경 후 1년까지 혈중 지질농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중지질농도는 혈액 내의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의 농도로, 농도가 높을 경우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연구진은 폐경 전 여성 1,436명을 대상으로 18년간의 추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진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폐경 5년 전부터 폐경 후 1년까지 연간 평균 2.95mg/dl씩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동맥경화를 예방한다고 알려진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 또한 폐경 3년 전부터 폐경 후 1년까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콜레스테롤의 증가 비율을 고려하면 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이에 연구진은 완전한 폐경에 이르기까지 월경주기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변화를 겪는 폐경이행기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공식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되었다.
25%가 ‘심방세동’ 겪어…불면증?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최근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폐경기 이후 여성 4명 중 1명이 일생동안 심방세동을 겪을 수 있으며, 그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불면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상태로 부정맥의 일종이다.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생 및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산타클라라밸리 메디컬센터(santa clara valley medical center) 연구팀은 심방세동이 없는 50~79세 여성 8만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10년 동안 참가자의 약 25%에서 심방세동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또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이 심방세동과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이는 요인임을 확인했다. 특히, 불면증 척도의 점수가 높아질 때마다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4%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폐경 시 심부전?심방세동 위험 ↑폐경이 이를수록 심부전과 심방세동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힌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팀이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폐경 후 여성 140만 여명을 평균 9.1년 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해당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esc)의 공식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되었다.연구진에 따르면, 조기 폐경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심부전과 심방세동 발생위험이 각각 33%, 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폐경 나이가 감소함에 따라 심부전과 심방세동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세 이후 폐경한 여성과 비교하여, 폐경 시 나이가 45~49세, 40~44세, 40세 미만이었던 여성은 심부전 발생위험이 각각 11%, 23%, 39% 높았다. 심방세동의 경우, 폐경 나이 45~49세, 40~44세, 40세 미만에서 각각 4%, 10%, 11% 높은 발생위험을 보였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폐경기 전?후 여성은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때문에, 폐경기가 시작되는 40대 중후?반 이전부터 심혈관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심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운동, 싱겁게 먹기 등의 올바른 식습관을 생활화하고,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이를 꾸준히 치료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울러,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의 응급 증상을 숙지하고, 발생 즉시 병원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